전시소개

테이크아웃드로잉(디렉터 최소연)은 2014년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까페 레지던시 참여작가인 사진가 윤정미의 개인전 <관계-수집>전을 한남점과 이태원점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1부(9. 1~10. 17)에는 기존 작품들로 구성된 기획전을 선보이며, 2부(10. 20~10. 31)에는 레지던시 참여기간 동안 제작할 예정인 신작 <반려동물> 시리즈를 소개한다.

한남점에서는 <공간-사람-공간>(2000~2004), <핑크 & 블루 프로젝트>(2005~), <컬렉터 프로젝트>(2006~), <컬러 프로젝트> 등 인물과 공간, 수집품 등을 함께 담은 사진들 총 10점을 선보인다. 언급한 네 시리즈는 각각 ‘색깔’ ‘컬렉션’ ‘공간’ 등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등장하는 인물과의 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작가는 개인이 가진 물건을 통해,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통해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셈이다. 수집된 ‘관계’들은 축적되고 분류되어 새로운 의미체계를 구축한다.

‘유형학적 사진’은 특정 대상을 어떤 종류로 범주화하여 축적하는 방식으로 개별 개체의 차이점 혹은 유사성을 드러내는 방식의 사진을 뜻한다. 주로 건축, 의상, 초상 등이 그 대상이 되며, 이를 통해 사회, 문화의 구성요소 또는 잠재된 이데올로기를 시각화하게 되는 것이다. 윤정미 역시 수십여 점의 작품을 축적해 한 가지 시리즈를 완성하는데, 이를 통해 일종의 ‘유형’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하나일 때보다 여럿일 때 그 힘을 발한다. 윤정미의 이전 작업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등에서도 하나의 주제를 다룬 대상을 촬영해 그것의 ‘유형’을 꾸준히 보여줘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인물’이 등장하는 준-포트레이트만을 선별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과 그를 구성하는 관계들을 통해 개개인의 모습과 그 개인이 모여 구성된 사회의 모습에 주목한다.

이태원점에서는 기존 전시에서 소개하지 않은 미공개작 총 9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2층에 전시된 다섯 점의 <핑크 핑크 핑크>는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제작 당시 촬영해두었던 것으로, 일상의 공간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소유한 핑크색을 골라 촬영하고 각기 다른 사이즈로 콜라주해 프린트한 것이다. 3층에 전시된 <부분>은 작가가 발로 뛰며 찾은 문방구의 모습, 일산에 온갖 간판으로 가득한 빌딩 등을 찍은 사진이다. 사교육 전단지와 졸업앨범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가설’을 세우고 사진 작업을 하지만, 모델을 섭외하고 촬영을 진행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작가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윤정미의 시선으로 선별되고 재조합된 개인과 사회의 면면을 살펴본다. 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들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전시서문

<핑크 & 블루 프로젝트>

본 ‘핑크 & 블루 프로젝트'는 핑크색을 너무나 좋아해서, 언제나 핑크색 옷을 입고, 핑크색 장난감만을 사길 원하는 나의 다섯 살 된 딸아이로 인해 처음 시작 되었다. 분홍색만 좋아하는 딸의 취향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어디서나, 많은 어린 여자 어린이들은 핑크색 옷, 액세서리와 장난감들을 너무나 좋아한다. 이러한 현상은 그 어린이들의 문화적 배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종의 어린이들에게 널리 퍼진 현상이다. 이것은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겨냥한, 모던 트렌드로 발전한 일반적으로 유명한 바비와 헬로우 키티 등의 제품들과 같은 상업적인 광고의 영향인 것으로 생각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핑크색은 연한 빨간색으로, 한때 사내다움 (남자다움)과 관계있었던 색깔이었다. 1914년 미국 신문 ‘The Sunday Sentinel' 에서는, 부모들에게 “만약, 당신이 이 시대의 관습을 따르려면, 남자 어린이들에게는 핑크색을, 여자 어린이들에게는 파란색을 사용하도록 하라'고 말하고 있다. 겨우 세계 제2차 세계대전 후에야 비로소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소녀들을 위해서는 핑크색을, 소년들을 위해서는 파란색을 주는 젠더에 따른 색의 변화가 일어났다. 현대사회가 20세기의 정치적인 올바름에 들어서면서, 젠더에 따른 평등성의 개념이 일어나면서, 그 결과, 그 안의 있던 피상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각 젠더에 따른 색깔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역전되었다. 당분이 많아 보이는, 설탕에 절인듯한 핑크색로 가득찬 액세서리과 작은 소녀들로 보여지는 ‘핑크 프로젝트' 이미지들은 만연화되고 문화적으로 조정된 표현인 ‘femininity(여성성)'와 그렇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무의식적 욕망의 표현이다. 나는 이 이미지들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어린이들의 방에서 그 어린이들의 솜사탕 같은 색깔의 물건들을 가지런히 진열했다. 처음 이 핑크 이미지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로, 많은 남자 어린이들의 경우, 수많은 파란색 물건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남자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파란색 물건들을, 여자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핑크 물건들을 사도록 유도된다. 나의 14살 된 아들의 경우, 특별히 파란색이나 다른 색깔을 좋아하지 않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이 옷을 사러 갈 때마다, 파란색 계통의 물건들을 사게 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옷과 장난감 섹션은 이미 남자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파란색 계통으로, 여자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핑크색 계통으로 나눠져 있다. 그들의 액세서리와 장난감은 옷 색깔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여자 어린이들의 물건들과 남자 어린이들의 물건들은 이미 나눠져 있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장난감들과 책들은 핑크색, 보라색 또는 빨간색 계통의 것들이 많고, 대부분, 그것들은 화장, 옷 입는 것, 요리, 그리고 집안 일들과 관계가 있다. 반면, 남자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농담의 색조로 만들어진 파란색 장난감과 책들은 대부분, 로보트, 산업, 과학적인 것, 공룡 등과 관계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바비(Barbie)”에 대한 열광 만큼이나 강렬한 것이다. 심지어, 바비사에서 나오는 작은 포니 장난감들은 어린 소녀들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막대모양의 머리핀, 빗 그리고 악세사리들을 가지고 있고, 소녀들은 그 포니들을 치장하고, 화장시킨다. 이처럼 두 젠더에 따라 나뉘어진 가이드라인은 어린이들의 성 정체성과 사회성 체득 등에 깊게 영향을 미친다.

<공간-사람-공간>

이 사진들은 한국의 서울에 위치한 인사동, 청계천 등에 있는 사람들을 각자의 일터를 배경으로 하여 촬영한 것 중의 몇 점이다. 먼저, 인사동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물건들을 많이 파는 곳이라고 하여, 한국에 오게 되면 꼭 방문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사실 그곳에 진열되어 팔고 있는 물건들은 실제로는 진짜 한국의 전통 골동품 등이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갖고 온 물건들이다. 현재 인사동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전통 무엇 무엇’ 등은 전통이라는 것을 내세워 상업적으로 많이 변형된 형태로 팔리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특기할 만한 점은, 요즈음은 한국의 1960-70년대의 물건들을 골동품화해 팔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인사동에 있는 상점에 있는 물건들의 배치들은 비싸고 정말 값진 것들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싸구려 기념품들이 도로 앞으로 나오는 배치구조로 변하고 있으며, IMF 이후 전통적인 표구 등을 취급하는 상점에서 기념품 가게로 직종을 바꾸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또, 인사동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물건을 취급하는 청계천은 이곳에서 여러 가지 부품들을 사서 우주선을 만들 수 있다는 유머가 나올 정도로 각양각색의 여러 가지 공구들, 부품들을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러한 각각의 특별한 배경을 가진 인사동과 청계천의 모습들을 조리개를 최대한 조여서 찍어줌으로써, 내 사진에 나오는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배경이 되는 일터에 진열된 물건, 환경, 세밀한 부품 같은 것들이 마치 하이퍼리얼리즘 회화를 보는 듯 뚜렷하게 보이게 촬영하였다. 그리하여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과 인물이 섞여서, 사진 속의 인물이 물건에 묻혀서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또한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주인)이나 상점에 고용된 사람은 그 인상, 복장 등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모습과, 그 장소에서 파는 물건, 환경 등과 매우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떤 가게에 가면 그 주인, 종업원들의 얼굴, 복장은 정확히 그 가게의 수준과 일치한다. 그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직업에 순응되는 측면도 있으며, 자신이 의식적으로 자신의 직장, 상점의 분위기에 옷, 화장, 머리스타일 등 외모를 맞추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즉, 자신이 처한 환경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어떤 유행이 있으면 의식/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그런 대중심리와 같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동물, 곤충들의 세계에서 모방무늬/보호색을 연상시킨다. 상점의 인물들 역시 배경 속에 자신을 은폐시키는 모방무늬 곤충과 같은 그러한 심리가 있는 것 같다. 더 나아가 그 인물들의 표정/성격 또한 그의 직업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성격의 유형학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미세한 점 역시 인물의 표정에 나타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본인이 촬영한 인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직장/상점이라는 공간은, 그 인물들이 어쩌면 자신들의 집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기 때문에 마치 자신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사람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에게 사회적, 경제적으로 적합한 직업을 택하게 된다. 그것은 어느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태어나면서 그 운명이 결정된 것처럼 느껴지듯이 자연스럽게 여러 시기와 기회를 거치며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본인이 촬영한 사진에 찍힌 인물과 그 인물의 배경이 되는 상점 안의 풍경은 그 인물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본인은 사람들과 배경을 현재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유형학적 사진으로 보여주기 위해, 찍히는 인물들에게 일어선 포우즈나 앉아있는 포우즈나 약간 자연스러운 듯 하면서도 기념사진적인 포우즈를 취하게 한다. 이 작업은 근대성의 문제, 보통 권력(기관)에 의해 행해지는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분류, 체계, 수집에 대한 반(反)의식이다. 본 작업은 사진의 반복적인 측면, 양적인 측면을 극대화하여 과학이나 체계 속에서 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본인의 아카이브로 만드는 것이다.


  작가약력

윤정미

1969 서울 출생

2006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Photography, Video and related Media 전공 (MFA), 뉴욕, 미국
1999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과 사진디자인 전공 졸업 (MFA)
199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BFA)

개인전
2013 It Will Be a Better Day _ 근대소설 (갤러리 담)
2010 ‘핑크 & 블루 프로젝트 Ⅱ’ (갤러리 인)
2009 ‘핑크 & 블루 프로젝트’ (갤러리 현대, 윈도우 갤러리)
2009 ‘핑크 & 블루 프로젝트’ (Jenkins Johnson gallery, San Francisco, CA, 미국)
2009 ‘핑크 & 블루 프로젝트’ (San Francisco International Airport Museum, 미국)
2009 ‘핑크 & 블루 프로젝트’ (Bolinas Museum, CA, 미국)
2009 ‘핑크 & 블루 프로젝트’ (Paris-Beijing Photo Gallery, 베이징, 중국)
2009 ‘핑크 & 블루 프로젝트’ (EM Art 갤러리)
2008 ‘핑크 & 블루 프로젝트’ (Children's Museum of the Arts, 뉴욕, 미국)
2008 ‘핑크 & 블루 프로젝트' (Jenkins Johnson 갤러리, 뉴욕)
2008 ‘핑크 & 블루 프로젝트' (La Caja Blanca Gallery, 스페인)
2007 제5회 다음작가전 - ‘핑크 & 블루 프로젝트` (금호미술관, 박건희 문화재단 지원)
2001 ‘자연사 박물관' (갤러리 보다-제5회 녹음방초 분기탱천 개인공모 당선전)
2000 ‘동물원 II` (타임스페이스 포토 갤러리)
1999 ‘동물원` (갤러리 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2008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2006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ISCP), 뉴욕, 미국
2002 쌈지 스튜디오 프로그램 4기 입주작가

수상경력
2011 Sovereign Asian Art Prize, 홍콩
2006 Photography Now: One hundred Portfolio (DVD-ROM), Write State Univ. Dayton, OH, 미 국
........다음작가상 (박건희문화재단), 서울, 한국
........Paula Rhodes Memorial Award 뉴욕, 미국
........Santa Fe Center for Photography, Color Single image,Honorable Mention, 산타페, NM, 미국
2005 아론시스킨드 Scholarship, NY, 미국